아이팟 터치의 아성을 깰 자 누구인가
SONY Walkman X1050 VS Microsoft ZUNE HD
아이팟의 독주-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는 이 말은, 다르게 해석하면 애플은 이제 다른 제조사의 공적(共敵)이 되었다는 말을 뜻한다. 북미시장에서는 70%를 넘는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운 일본시장만 해도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정도다. 한동안 아이팟의 공습에 무풍지대였던 한국도 이제는 예외가 아니게 되어, 한국시장에서도 애플의 아이팟은 무섭게 점유율을 늘려 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삼성이나 소니, 코원 등 굴지의 제조사들은 MP3플레이어를 출시할 때 마다 "아이팟 킬러", "아이팟 대항마" 등의 목표나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야심차게 발표하지만, 번번이 애플의 높은 벽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몇 년 전 아이리버가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애플의 상징인 사과를 깨물어 먹는 도발적인 광고를 집행하여 화제가 되었으나, 결국 아이리버는 미국시장에서 눈물의 쓴잔을 들이켜야만 했고, 이때 너무 많은 물량과 자금을 퍼부어 한때 부도설까지 나도는 등 홍역을 치룬 전례가 아직 생생하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완전히 허탕은 아니어서, 애플의 점유율이 약간씩이나마 하락한다는 징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는 한데.. 물론 그 점유율은 아직 공고하며 다른회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기 자체의 성능으로 따져본다면 아이팟을 능가할 제품들은 많았지만, 결국 아이팟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요인은 바로 "감성"과 "조작법"에 있다고 본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이것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이팟 터치. 혁신적인 멀티 터치 기능과 커다란 스크린, 그리고 얇은 두께와 감각적인 디자인은 일거에 시장을 초토화 시키며 일약 MP3플레이어의 최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그런 아이팟 터치의 아성에 도전한다? 일견 어림도 없는 일인 듯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소니의 X1050과 마이크로소프트의 ZUNE HD를 볼때 그 도전이 마냥 무위로 끝날 듯 하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두 기기의 성격 차이가 어느정도 있는 만큼 단순히 1:1 비교를 할 수 없지만, 그 목표나 타겟이 아이팟 터치이기 때문에 두 기기는 자연스레 비교가 되고 있다. 물론 ZUNE HD는 실제 기기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고 X1050은 출시가 된 상태이나, 지금까지 공개된 스펙만으로도 두 기기는 충분히 좋은 경쟁을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 때문에 각종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가장 뜨거운 핫 이슈로 급부상하며 네티즌들의 두 기기간의 비교가 한창 이루어 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본 필자는 ZUNE 2세대의 리뷰를 블로그에 올려두었는데, 해당 포스트의 조회수가 평일에 비교했을때 6월 9일에는 5배, 10일에는 10배가량 급증하는 등 ZUNE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서도 날로 높아져 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아이팟 터치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두 기기의 간단한 비교를 통해, 그들의 도전의 결과가 과연 어떨지 예상해 보는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 X1050 의 경우 직접 조작하고 시연한 것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ZUNE HD는 아직 실 제품이 출시 되지 않은 관계로 공개된 스펙과 디자인을 통해 비교 분석 하였음을 밝힌다. 또한 사진 자료는 X1050의 경우 소니측 보도자료와 사진을, ZUNE HD는 Microsoft의 공개 사진을 사용하여 실제 제품의 크기 와는 차이가 있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모델명 | SONY Network Walkman X1050 | Microsoft ZUNE HD |
저장용량 | 16GB / 32GB | 4GB / 8GB / 16GB / 32GB |
스크린 | 432x240 (WQVGA) | 480x272 |
3인치 OLED | 3.3인치 OLED | |
조작방식 |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
정전식 터치스크린 |
재생가능음원 |
MP3 / WMA / ATRAC / ATRAC Advanced Loseless / WAV |
MP3 / WMA / WMA Loseless |
재생가능영상 |
MPEG-4 / AVC H.264 / WMV |
WMV / MPEG-4 |
외형크기 |
52.5 x 97.4 x 10.5mm |
- |
무게 | 98g | - |
먼저,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대리석을 깎아 놓은 듯한 측면부의 무늬와 펄이 들어간 전면부의 디자인으로 인해 마치 하나의 원석을 보는 느낌이 나는데, 소니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유도 했다고 하니 일단 그 의도는 성공적이었다고 봐도 될 듯 하다. 소니 스스로도 "네트워크 워크맨의 최고봉"이라고 자부할 만큼 소니의 모든 역량이 총집결된 제품이며,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 정전식 터치스크린 3인치 OLED, WIFI 무선인터넷, 유튜브 다이렉트 접속 등 다양한 기능을 응축시켰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S-MASTER 디지털 앰프를 채용한 점이다. S-MASTER 디지털 앰프는 이미 AV나 오디오 시장에서 그 뛰어난 음질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를 소니에서 포터블기기에 적용하기는 X1050이 최초라고 한다. 거기에 플래그쉽 기기답게 DSEE, CLEAR STEREO, CLEAR BASS 등의 소니의 오디오 기술이 총망라 되어 있어 그 음질이 얼마나 뛰어날지 기대가 된다.
일단 기능부터 아이팟 터치를 의식한 흔적이 짙어 일본에서는 출시 전부터 '소니의 귀환', '아이팟 터치의 진정한 적수' 등의 수식어로 큰 주목을 받아왔으며, 일본 유저들의 평가도 상당히 호의적이어서 판매량도 예상 외로 높아 출시 전보다 그 후에 오히려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국내에서도 소니코리아가 예상한 예약판매 물량이 금방 동나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여, 결국 소니코리아는 배송을 6월말로 늦추면서까지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독자들께서는 ZUNE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실 터인데, ZUNE의 1세대와 2세대는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기이다.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판매가 되지 않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현재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구하려면 병행수입이나 구매대행 등의 루트를 통해 구입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ZUNE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P3플레이어로, 1세대는 HDD형 기기만 출시되었으나 2세대에서는 디자인을 일신하며 플래시메모리형태도 같이 출시하여 북미 시장에서 단시간내에 약 5%~7%선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는데, 이는 애플과 샌디스크의 뒤를 잇는 3위에 해당한다. 1세대는 사실상 도시바의 작품이었으나, 2세대부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설계/제작하고 있다. 다만 포터블 AV 기기에서의 경력이 일천한 마이크로소프트로써는, 사운드 튜닝 측면에서는 도시바가 설계했던 1세대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포터블 AV기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도시바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필자가 캐나다에서 생활할 당시 ZUNE 2세대를 무척 만족하면서 사용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조립 품질이나 끝마무리, 디자인이나 사운드 등 어느것 하나 나무랄 데 없었다. 다만 다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서 곡 제목이나 아티스트명을 모두 영어로 바꿔야 하였던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 번거로움을 무릅쓰고라도 사용했을 정도였다.
정식으로는 3세대가 되는 ZUNE HD는 ZUNE 2세대와 비슷한 직선 기조의 디자인으로, 후면의 나사로 하여금 기계적이고 테크니컬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아직 상세한 크기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해외 유명사이트 엔가젯이나 기즈모도에서 찍은 사진으로 미루어볼때 아이팟 터치와 비슷한 수준의 크기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ZUNE HD는 엔비디아의 테그라(Tegra) 칩셋을 채택하여 TV나 대형 디스플레이와 연결시 HD영상을 하드웨어적으로 구동할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무선랜과 웹 브라우저(인터넷 익스플로러)까지 탑재하고 있는 등 스펙만 놓고 보자면 역대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제품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디자인. 두 기기 모두 전면 터치스크린을 채택하여 제품 전면부 대부분을 액정이 차지 하고 있다. 조작 버튼을 간소화 한 점이나 버튼의 배치 등 디자인 구성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상당히 비슷한 요소를 볼 수 있으나, 디자인 자체로는 상당히 다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사진상의 크기 차이는 실제 제품의 크기 차이와는 다르다.)
ZUNE HD 가 직선 기조의 심플하고 남성적인 디자인과, 메탈 재질에 일부러 나사를 노출 시키는 등 기계적이고 테크니컬한 면을 부각시키려 했다면, X1050은 보석의 원석을 모티브로 삼아 펄 느낌의 전면부와 더불어 측면부에는 대리석 무늬를 넣는 등 포터블기기로써는 다소 모험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자사의 플래그쉽 제품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주려는 점은 공통점으로 볼 수 있겠으며,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버튼배치나 구성 때문에 디자인적인 요소로 그것을 상쇄하면서 타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ZUNE HD의 경우 메탈 재질을 사용하였으나 X1050의 경우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재질의 차이에서 오는 촉감이나 무게감 등에서는 ZUNE HD가 우세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기기의 스크린은 모두 OLED로 시야각이나 반응성 모두 뛰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ZUNE HD가 3.3인치로, X1050에 비해 약 0.3인치 크며, 이 때문에 화면 해상도에서도 ZUNE HD는 480x272, X1050은 432x240으로 ZUNE HD가 약간 더 세밀하지만, 화면의 크기를 감안했을 때 큰 차이는 보여지지 않는다. 다만 480x272해상도는 기존의 PSP나 여타 포터블AV기기에서 많이 보여졌던 해상도이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소니의 432x240은 다소 생소한 해상도라는 점이 다르다.
UI에서는 두 기기 모두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채용하였기 때문에 스크린을 터치하는 것 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한데, 그 조작을 유도하는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보자면 디자인적인 지향점 만큼이나 UI도 무척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ZUNE HD의 경우 기존 ZUNE의 인터페이스를 거의 그대로 이어받아 메인 메뉴가 메뉴명이 텍스트 형태로 쓰여진 트리 형태인 반면, X1050의 경우 아이콘을 배치한 바둑판 형태로 알기 쉬운 아이콘이 배열되어 있다. 그러나 역시 직관적인 조작을 요할 때는 메뉴명이 텍스트로 쓰여져 있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부 메뉴로 이야기를 돌려보면, ZUNE HD는 기존 ZUNE UI에서 조금 더 발전한 형태로, 메뉴 이동이나 전환시에도 펼쳐짐이라던가 메뉴가 회전하는 등의 효과를 넣어 메뉴 전환이 화려하고 다이나믹하다. 또한 ZUNE UI의 최대 장점이라면 음악을 선곡할 때 위아래로는 곡명이 나열되는 점은 타 기기들과 차이가 없지만, 그 상태에서 좌우로 움직이게 되면 아티스트/앨범 등 선곡 분류 기준을 바로바로 바꿀 수 있는 점이라 하겠다. 반면 X1050의 장점이라면 역시 다이나믹한 커버플로우를 들 수 있겠는데, 기존에는 애플이나 코원 등에서 커버플로우 기능을 선보였지만, 가로 혹은 세로의 지정된 방향에서 직선으로만 움직였었다. X1050에는 이러한 기존의 커버플로우보다 한단계 발전한 커버플로우가 채택되었는데, 마치 3차원 공간에서 음반 커버를 넘기는 듯 한 다이나믹하고 화려한 커버플로우로 재탄생 된 것이다. 방향이나 각도의 제약도 없이 회전하는대로 움직이는 등 기존 커버플로우의 단조로움을 확실히 개선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UI는 ZUNE HD가 우세하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처음 만져보는 사람들은 모두 ZUNE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된다. 화려한 메뉴구성이 전부가 아니라, 처음 만져보는 사람도 메뉴 화면의 구성과 그것만 보고도 바로바로 직관적으로 키를 움직여 조작할 수 있어야 우수한 UI라고 할 수 있는데, ZUNE의 UI는 그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액정에 보여지는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나는 대로 조작하면 원하는 조작이 실행되는, 바로 그런 UI인 것이다.
두 기기 모두 다양하고 강력한 기능들을 모아두었다고 할 수 있는데, 몇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제외한다면 두 기기의 기능적인 유사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OLED스크린에 정전식 터치 방식의 조작법을 제공하며, 동영상 재생기능과 무선랜, 인터넷 연결, 팟캐스트 등의 기능이 공통적인 기능이다. 워낙 이들 기기가 지원하는 기능이 많기에, 이러한 공통적인 기능들에 대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각 기기에서 중시되는 독특한 기능들 위주로 알아보도록 하자.
ZUNE HD의 경우 음악보다는 영상쪽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역시 nVidia의 TEGRA칩셋을 장착했다는 점인데, 이 덕분에 ZUNE HD는 HD라는 이름 그대로 HD영상을 무리없이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스크린 해상도의 제약으로 기기의 스크린에서는 HD영상을 감상할 수 없지만, 도크에 장착된 미니HDMI단자를 통해 HDTV와 연결할 경우 HD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ZUNE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역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탑재 한 것일텐데, 이는 아이팟터치가 사파리 브라우저를 탑재한 것을 의식한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ZUNE HD에 맞게 개조된 것이라고 한다. ZUNE 2세대는 무선랜 수신 기능을 탑재하였음에도 인터넷 브라우징이 불가능 했었는데, 이런 반쪽짜리 네트워크에서 벗어났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ZUNE만의 특징이었던 ZUNE Social 과 ZUNE Marketplace도 건재하다. WiFi와 함께 어우러지는 Social과 Marketplace는 사실상 ZUNE의 아이덴티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독특한 기능들이다. Social 기능이란 PC에 설치된 ZUNE 소프트웨어로 음악을 들으면, 내가 어떤 노래를 즐겨듣고 어떤 곡을 몇 번 듣는지 등의 정보가 ZUNE Social에 가입한 모든 유저들과 공유되면서, 다른 유저는 그 정보에 있는 곡들을 약 30초간 들어볼 수 있다. 그 후 곡이 마음에 들면 Marketplace에서 바로 해당 곡을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이다. 즉, 같은 기기를 갖고 있는 ZUNE 유저들간의 소통과 어울림을 염두에 둔 ZUNE만의 독특한 기능이라 할 것이다.
ZUNE Marketplace는 비단 유선뿐만 아니라 ZUNE 기기에서 무선으로도 접속 및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즉, 애플의 아이튠즈스토어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ZUNE HD의 독특한 기능 하나가 여기서 더 추가가 되는데, Xbox LIVE의 동영상 Marketplace와 ZUNE Marketplace가 통합되어 동영상을 무선으로 바로 구매하여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ZUNE은 미국 제품 답지 않은 톡톡 튀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창출된 기능들로 무장한 반면, 소니 X1050은 '오디오의 기본 기능', 즉 음질에 방점을 둔 기능을 표방하고 있다. 일단 S-MASTER 디지털 앰프 탑재가 가장 눈에 띈다. 서두에서도 언급 했듯 S-MASTER 디지털 앰프 시스템은 오디오나 AV계에서 우수한 음질로 이미 많은 수상경력을 쌓은 디지털 앰프 기술인데, 이를 포터블에 채용한 것은 X1050이 최초이다. 그동안 타 제조사들이 포터블에 디지털앰프를 탑재하여 왔지만, 꿋꿋이 아날로그식 앰프만을 고집하였던 소니였기에, 그만큼 소니가 이 제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 기능. 기존의 노이즈 캔슬링의 단점을 보완하여 디지털적으로 구현함으로써 98%에 달하는 소음 감쇄율을 보인다.
물론 X1050도 인터넷 기능을 지원하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유튜브 다이렉트 접속 기능이다. 아예 메인 메뉴에 유튜브 아이콘을 배치하여 버튼 하나로 유튜브에 접속하여 유튜브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이는 다분히 아이팟 터치를 의식한 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Netfront 웹 브라우저로 풀브라우징 인터넷도 가능하다.
이처럼 두 기기 모두 풍부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쉽사리 들어줄 수 없다. 물론 상대적인 비교로써 영상쪽은 ZUNE HD, 음악쪽은 X1050의 손을 들어줄 수는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무엇을 더 비중있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비교해 본 두 기기가 물론 단시간내에 아이팟 터치를 끌어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팟 터치와 동급 기종에서, 아이팟 터치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기종이 딱히 없었던 것에 비하면, 이 두 제품이 출시됨으로써 비로소 아이팟 터치의 본격적인 경쟁자가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예전에는 아이팟 터치의 기능을 향유하려면 아이팟 터치 외에는 마땅한 기기가 없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아이팟 터치와 동등하거나 더 좋은 기능을 가진 경쟁자들이 생겼고, 생긴다는 것이다.
포터블 기기도 엄연히 음악을 듣는 오디오 기기인만큼, 본연의 오디오 기능을 추구한다면 X1050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적어도 필자가 듣기에는 X1050의 음질은 여태까지 나온 기기중에선 최상급의 수준이며, S-MASTER 디지털 앰프의 위력을 다소나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ZUNE HD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갑론을박에서는 사운드 비교부분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 물론 2세대 ZUNE을 되짚어 보자면, ZUNE의 사운드 또한 최상급의 사운드 퀄리티를 보여주기 때문에 음질적인 측면에서는 두 기기 모두 흠잡을 데는 없다고 생각된다.
반면 음악보다는 동영상이나 멀티미디어 기능을 중시하는 사용자라면 ZUNE HD를 조금 기다려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일단 테그라 칩셋 만으로도 동영상 재생 능력은 보증된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공개된 스펙에도 HD동영상을 하드웨어적으로 출력할 수 있다고 하니, 동영상 측면에서 보자면 역대 포터블 기기중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애플도 이들의 공세를 앉아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에, 2009년은 휴대형 멀티미디어 디바이스를 둘러싼 애플-소니-마이크로소프트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고 그만큼 더욱 좋은 기기를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결국 마지막에 웃을 회사는 어디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번 갑론을박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